[건강정보] 췌장암에 새로운 시도와 희망 (암백신, 불가능을 가능으로 – 개인 맞춤형 mRNA 암백신 연구와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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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엠에스병원 최성훈입니다.
췌장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릴 만큼 발견이 어렵고, 치료 또한 쉽지 않은 암입니다. 항암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최근 각광받고있는 표적항암, 면역항암치료의 적용 가능 환자 비율이 낮고,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 반응률 또한 낮은 실정입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암백신”이 췌장암에 적용가능함을 보여준 획기적인 연구가 2023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Nature에 발표되었습니다. Rojas 연구팀의 “췌장암에서 개인 맞춤형 mRNA 신생항원 암백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국내에서도 분당차병원을 비롯한 몇몇 병원에서 진행되고있는 다국적, 다기관 연구인 IMCODE003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mRNA 백신이란?
코로나19 백신으로 익숙해진 m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 달리, 단백질 자체가 아닌 그 설계도(RNA)를 몸에 전달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이 RNA를 읽어 단백질 (또는 항원)을 만들고, 면역세포가 그 단백질을 인식하여 훈련하게 됩니다.
코로나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설계도를 우리 몸에 주입해 “면역 기억”을 만들었습니다.
암백신 역시 같은 원리로, 암세포 특유의 돌연변이 항원 (=신생항원, neoantigen)의 RNA 정보를 몸에 주입해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훈련시켜주는 기전입니다.
Rojas 연구팀의 연구결과
이 연구는 절제가능한 췌장선암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1. 면역관문억제제인 아테졸리주맙(anti-PD-L1), 2. 맞춤형 mRNA 백신인 세부머란(autogene cevumeran), 그리고 3. 항암화학요법(mFOLFIRINOX)을 순차적으로 투여하는 1상 임상시험을 수행했습니다.
연구대상환자 절반(8명)에서 백신에 반응하는 강력한 T세포 반응이 유도되었고, 이들은 18개월 이상 재발이 없었습니다. 반면 백신 반응이 없는 나머지 환자는 평균 13.4개월 후 재발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환자 맞춤형 mRNA 암백신이 췌장암 같은 난치암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암백신, 면역관문억제제, T세포(우리몸의 면역세포)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암백신 = 수배 전단지”
암세포는 우리몸에 악영향을 미쳐 잡아들여야하는 범인입니다. 이 범인을 면역 경찰인 T세포가 발견하여 체포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암세포의 겉모습이 일반 세포와 비슷해서 경찰인 T세포가 처음엔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백신은 경찰(T세포)에게 “이런 모습의 범인을 잡으세요”라고 암세포의 신생항원을 알려주는 ‘수배 전단지’ 와 같습니다. 즉, 암세포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한 T세포는 정상세포들 사이에서 그 범인만 골라내어 공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면역관문 = 암세포의 위조 신분증"
그러나, 암세포는 위조 신분증(면역관문=PD-L1)을 만들어 “나는 정상 세포야”라며 경찰을 피해 도망갑니다.
“면역관문억제제 = 가짜 신분증 감별기”
이에 면역관문억제제(아테졸리주맙=anti-PD-L1)은 소위 ‘가짜 신분증 감별기’로 암세포의 위조 신분증을 가려내 T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게 해줍니다.
IMCODE003 연구
Rojas 연구팀 결과의 확장연구로 mRNA 기반 신생항원 백신 임상연구입니다.
절제가능한 췌장암환자에서 수술 후 제거한 암조직을 연구사에 보내 암백신을 만든 다음, 재발을 막기위한 보조치료로 면역관문억제제인 아테졸리주맙 +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백신인 세부머란 + mFOLFIRINOX 를 순차적으로 투여하는 연구입니다.
즉, 표준치료인 세포독성항암치료(mFOLFIRINOX)가 전반적인 폭격을 가하고, 암백신이 T세포에게 “누굴 잡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가 암세포의 위조신분에 속지 않고 범인을 제대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비교군은 표준치료인 mFOLFIRINOX 치료를 받게됩니다.
본 연구의 기본 요건
본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첫 진단시 췌장암의 진행상태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췌장암은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병기보단, 해부학적 구조와 수술적 절제범위를 고려한 1.절제 가능, 2. 경계성 절제가능, 3. 절제 불가능 이라고 하는 외과적 판단에 의한 분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수술가능으로 판단되어 수술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Second opinion을 위해 본원에 내원하신 분입니다. 췌장암 자체는 췌장의 체부에 위치하고 1.6cm 가량의 크기로 비교적 초기암으로 보입니다. 자칫하면 초기로 생각하고 수술가능으로 판단하기 쉬운 병변입니다. 하지만, 췌장 체부(몸통)는 전체 췌장 중 가장 얇은 부위이면서 주요혈관들과 가까이 있고, 주요 혈관들 주변엔 신경, 림프조직이 풍부하여 이들 구조와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췌장암이 신경조직을 타고 수술 시 반드시 살려야하는 복강동맥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엔 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선항암치료를 권유하여 치료전략을 바꾼 경우입니다.
이렇듯 췌장암의 치료선택에 있어서 진행상태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중요하며, 그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좋은 연구들이 있으니 환자분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옵션들을 잘 선택하여 전락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즉,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엠에스병원 최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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