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진단되면...엠에스병원의 탄생배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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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에스병원의 탄생배경 1 에 이어서)
81세 여성환자분이 우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 내원하였습니다.
급성 담낭염으로 응급실에서 의뢰가 왔습니다. 급성 담낭염은 맞는데 CT상 담낭암이 동반되어 있는 소견이 보였습니다. 담낭암과 함께 담석이 있으면서 급성 담낭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담낭암에서 출혈이 생기거나, 점액질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급성 담낭염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어, 급성 담낭염인 경우 이렇게 암이 동반되어 있는지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고, 수술 전에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이 경우엔 너무나 명확하게 담낭암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양과 위치상 병기가 많이 높거나 수술이 난해한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암이 있어 급성 담낭염을 임시로 가라앉히기 위한 담낭배액술을 하는 것은 암세포가 퍼질 위험성이 있어 좋은 선택지가 아니고, 담낭염이 진행되어 담낭이 파열되거나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기위해 빠른 수술을 요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암”이라는 말을 하면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려고 하는데,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을 때, 당직 교수님이 해당 질환 전문이 아닐 경우가 많아 판단이나 치료가 지체될 것이 걱정되었습니다만, 본원에서 치료를 받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환자의 나이 및 컨디션 고려시 항암치료가 어렵고, 초기 암의 가능성이 높아 빠른 수술이 최선의 옵션으로 생각되는 경우라 환자를 위해 보호자분께서 잘 판단해주셔서 감사한 케이스였습니다.
복강경으로 간 일부를 포함해 담낭을 터지지 않게 안전하게 절제하고 주변 림프절까지 제거하였고, 2기A로 진단되어 항암치료없이 추적관찰만 하면되는 병기로 진단되었습니다.
50대 남자환자 분이였습니다.
급성 췌장염으로 몇차례 치료받은 과거력이 있는 분으로, 왼쪽 옆구리쪽이 아파서 가성낭종인거 같은데 수술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내과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급성췌장염을 여러 차례 앓았고, 통증도 있으니 가성낭종 (췌장염으로 인해 생긴 가짜 낭종)인거 같은데 수술까지 하기엔 크기가 작아 조금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고 났는데 왠지 신경이 쓰여 사진을 계속 돌려보았습니다. 췌장염이 있었던 부위와 가성낭종으로 보이는 부분의 위치가 많이 다르고, 낭종보다는 종괴처럼 보여 MRI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MRI 촬영 후 판독을 받아봤더니, 염증성 종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소견을 주었습니다. 보통 증상이 없는 췌장암과 달리, 옆구리 통증과 같은 임상 증상이 명확히 있고, 췌장의 위축이나, 췌장관 확장, 주변장기 침범과 같은 췌장암을 시사할 만한 소견들이 없어 판단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특히, 췌장의 꼬리쪽에 위치하고 있고, 비장혈관들과 접해있어 조직검사가 안되는 위치였습니다. 모든 병이 검사로 다 진단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가능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담대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임상의사의 경험적 판단이 중요한 순간들입니다.
환자분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정확하게 진단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악성 종양, 즉 췌장암을 의심해야하는 병변입니다. 저라면 수술하는 쪽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췌장 꼬리 끝부분이라 수술이 매우 위험하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만일 암이 아니라면 저 병변에 대해서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고, 암으로 진단된다면 비교적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심증적으로는 췌장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수술 자체가 어렵진 않지만, 췌장암의 특성상 진단되면 추가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환자분도 이해를 하셔서, 원하시는 병원의 아는 선생님께 환자분의 과거력과 소견에 대해 전달해 드렸습니다.
몇 주 후 환자분은 수술을 잘 받고 찾아오셨습니다. 췌장암으로 진단되었고, 다행히 2기로 진단되었으며, 나이가 젊어 추가 보조항암치료를 하기로 하셨습니다.
환자분은 수술상처 치료 뿐 아니라, 항암치료 시 저희 병원에 들러 케모포트 케어를 받으시며, 중간중간 대학병원 담당의에게 미처 묻지 못했던 궁금증과 영상검사 한 것을 가져오셔서 그때그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2차병원에 있다보니, 대학병원에 있을 때보다 더욱더 다양한 경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안타까운 건 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진단했던 의사와의 관계를 깨버리고 큰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엔 2차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빠르고 바람직할 수 있고, 처음 진단하신 선생님이 그 병이 부담스럽다면 당연히 더 전문병원으로 추천을 드릴 것입니다.
작은 병원에 있는 의사라고 해서 ‘잘 모를 것이다’, ‘이런 병을 본적이나 있겠나’라고 선입견을 갖지 마시고, 침착하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충분이 얻으시고, 그 분께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태도가 좋다고 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길 당부드립니다. 분명히 도움 얻을 일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질환도 그렇지만 특히 “암”이라고 하면 진단하신 선생님이나, 근처에 암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의사선생님을 “주치의”로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치의”라고 하면 본인의 병을 주로 치료해주는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큰 병원에서 수술을 담당하고, 항암치료를 해주는 의사를 자신의 “주치의”로 표현하며, “주치의”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주치의”는 다른나라의 “주치의 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주치의”는 지역사회 개인 또는 가족의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환자의 건강증진, 예방, 만성질환 관리, 의뢰-회송을 포함한 합리적인 의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일차의료 의사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주치의는 소위 ‘담당 의사’, ‘전문의’ 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바꿔야 할 의료체계 중 하나가 “주치의 제도” 입니다. 하지만, 수가문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암환자에 있어서 “주치의”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병 자체의 중함은 물론이지만, 치료의 복잡성, 오랜 치료기간, 치료 중 나타나는 수많은 증상과 변수들, 재발이나 진행에 대한 불안감 등 진정으로 환자 옆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고, 상담해 줄 수 있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드는 것이 기나긴 여정을 헤쳐나갈 첫걸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엠에스병원 최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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